카테고리 없음2015. 11. 17. 22:50

항공무선통신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을 따는데 근 반년 가까이 걸렸는데, 1회 필기를 합격한 뒤 실기를 보기 못했기 때문이다. 1회 실기 시험일자에 약혼식을 했기 때문에, 결국 실기는 4회차에 보게 되었다. 항공무선통신사는 1회와 4회에만 시험을 볼 수 있다. (향후 시험 계획이 어떻게 수정될지는 모르겠지만) 워드프로세서 같이 상시 검정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렇지 않으니 계획을 잘못짜면 자격증 취득에 정말 1년 다 보내야할 수 있다. 혹여나 시험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본인 회차 일정을 잘 기억해두고 계시길.

 

1. 필기 시험

항공무선통신사 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필기 시험과 실기 시험을 모두 합격해야 한다. 필기 시험 합격 시 2년 간의 유예 기간이 있고, 그 동안에는 실기 시험은 계속 볼 수 있다. 실기는 크게 어렵지 않으니 그게 큰 의미가 있겠냐만은...

 

필기 시험은 토요일 오전에 치러졌다. 오전 10시에 시작했던 것 같고, 시험 시간은 70분. 대부분의 자격 시험이 그렇듯이 70분을 모두 소진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퇴실 가능 시점은 시험 시간의 반이 지났을 때부터. 응시자는 생각보다 많았는데, 연령층도 다양하고 직업군도 다양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투복 복장의 공군 병도 있었고, 여자 분도 계셨고, 40~50대 정도로 보이는 분들도 계시더라. 관련 진로를 준비 중이신 것인지, 아니면 레저 스포츠 개념으로 항공 쪽 취미를 갖고 계신 분들이신지...여튼 생각보다는 응시자가 많았다. 육상이나 해상은 항공에 비해 응시자가 많지는 않아 보였다.

 

항공무선통신사는 시험 자료 구하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많이 취득하는 자격증도 아니고, 학원에서 강의를 제공하는 강의도 아니니까 인터넷을 통해 자료 구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책으로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마 돈이 되지 않으니까 그렇겠지.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돈과 예산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해준다. 여튼 공부를 아주 안할 수는 없어서, 기출 문제 같은 것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풀어보고 하는 식으로 시험을 대비했다. 필기 시험에 대비하여 공부한 시간은 6시간이었다. 시험 전날 일이 뭔가 너무 안풀려서 퇴근을 늦게 하는 바람에... 회사에서 잠깐 잠깐 본 시간을 다 합해서 6시간 조금 안되었다.

 

1) 전파법

전기기사 공부할 때에도 제일 고생한 것이 각종 관련 법령, 규정인데, 여기에도 법이 들어가 있다. 머리는 아프지만, 당연히 알아야 하는 분야이니 그러려니 한다. 사실 규정과 법은 중요하다. 업무를 할 때에도 중요하고, 하다못해 횡단 보도를 건널 때에도 법은 중요한 거다. 어기면 머리가 아파질 일이 매우 많이 생긴다.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알아야 하므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를 봤다. 전파법 요약 정리된 자료가 인터넷에 많은데, 법령이라는 것이 수시로 개정되므로 이 자료만 100% 신뢰할 수는 없겠다. 구해서 봤던 자료 중의 하나는 한글 3.0인가 3.1인가 꽤 오래 전 형식의 문서로 정리가 되어 있었는데, 이 자료들이 과연 최신 개정 법령까지 반영하고 있을지는 장담 못한다. 기출문제를 보면, 문제에서 자주 다루고 있는 조항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이를 기준으로 국가법령센터에서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전파법 전체를 다 보면 가장 좋겠지만.

 

2) 기초전파공학

이건 공부를 안했다. 나름 전기 공학을 전공했으니 쉽게 풀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매우 방심하고 있었다. 기출문제들도 보니 아주 어려운 문제는 없는 것 같아서. 다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다면 꼼꼼히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이름은 기초 전파 공학인데, 실제로는 항공 분야 지식을 기반으로 한 기초 전파 공학이다. 항공 분야에서 사용하는 Navigation, Communication 부분에 대한 기본 지식은 어느 정도 담아두고 가는 것이 좋다.  ILS Middle Marker의 Lamp Color는 무엇인가? 라는 식의 문제는 전기전자 전공일지라도 관심이 없거나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항무통 시험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이런 것들을 모르기는 것이 더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개중에 난도가 높은 문제가 간혹 있는 모양인데, 별 생각없이 한참 문제를 풀다가 정재파비(SWR; Standing Wave Ratio 였나..)를 구하라는 문제가 나와서 많이 식겁했다. 이 문제는 기억나는 공식을 막 대입하면서 풀었는데, 답이 안나와서 찍었다. 공학용 계산기는 가지고 가도 되지만, 굳이 계산기까지 동원해야 할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3) 통신보안

기출 문제에서 보았던 문제들이 꽤 많이 나온 듯 한 느낌이다. 말이 된다 싶은 것을 답으로 골랐는데, 운전면허시험이나 학창 시절 도덕 시험이 떠올랐다. 아주 어려운 편은 아닌데, 점수 배점이 크므로 부담이 좀 된다.

 

4) 영어

크게 어렵진 않다. 단어가 애매한 것이 몇 개 있었는데, 단어/숙어 외우기 싫어하는 내 탓이려니 하고...

영어 실력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항공 관련 지식이 좀 있어야 문제를 수월하게 풀 것 같다. 항공무선통신사 시험을 준비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 만한 내용이 나오므로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ATC 교신까지는 아니어도 항공 관련 용어를 좀 알아가면 수월한 느낌이 있을 것 같다. 문제 중에, EPTA 등급에 대한 설명을 지문으로 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용을 보고 '이거 EPTA 등급에 대한 설명 같은데?' 라는 느낌이었으니... 여튼 항공 분야 관련된 내용이 좀 나오므로 그쪽 분야에 지식이 좀 있다면 내용 파악하고 문제 푸는 것에 도움이 된다.

 

여튼 그렇게 필기를 보고... 다행히 합격을 했다. 원래대로라면 1차 실기를 봤어야 하는데, 약혼식이 있어서 못봤다. 그리고 4차 실기에 응시를 하게 되었다.


 

2. 실기

실기 시험은 수신과 송신의 두 과목으로 구성된다. 포네틱 코드를 잘 알고 있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여기서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잠깐이라도 생각해서 해당 문자를 기억하는 수준이 아니라, 포네틱 코드로만 한 문장이나 문단을 읽고 듣고 쓰는데 지장이 없는 정도여야 할 것 같다.


수신 시험을 먼저 본다. 그리고, 수신이 의외로 복병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실기 예제 자료는 재생 속도가 꽤 느리다. 실기 시험 준비 팁을 잘 보면, 예제 자료를 1.3배속으로 재생해서 받아쓰기 연습을 하라고 한다. 그 말이 맞다. 실제 시험장에서 들려주는 예문은 굉장히 빠른 속도이며, 잠시 버벅거리는 동안 한 단어를 홀랑 놓치는 일이 발생한다. 그냥 듣고, 해당 문자를 잘 받아적으면 된다. 다른 생각이 들면 그 순간부터 무너진다. 뭐지? 뭐지? 하는 순간 다음 글자가 무너지고 단어가 무너지고 문장이 무너지고 결국 시험이 무너지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받아 적은 문장을 보면, 문장 자체는 하나의 완벽한 영어 문장이다. 만약 한 두글자 정도만을 잘못 받아적었다면 내가 잘못 적었구나 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수정할 시간이 없다. 예문 재생이 종료되면 필기구를 바로 내려 놓도록 한다. 더 이상의 수정 기회는 없으므로, 그저 잘 듣고 잘 받아 적어야 한다. 가능하면 연습을 몇 차례 해보시길. 그래야 당황하지 않는다. 추후 채점 결과를 보니 94.x 점이 나왔는데, 잘못 적은 녀석들이 그대로 감점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혹시나, 어정쩡하게 들었다면 아예 적지 말라고 한다. 추측해서 어정쩡하게 적으면 오히려 감점이 더 크다고 한다. 안 적는 것이 2점 감점에, 오기가 3점 감점인가 그렇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규정을 봐야겠지만, 여튼 오기를 할 바에는 그냥 쓰지 않는 것이 낫다고 들었다.

 

송신. 어려울 것 없다. 알고 있는 포네틱 그대로 읽으면 된다. 주어진 예문이 I AM A BOY라고 한다면, INDIA__ALPHA_MIKE__ALPHA__BRAVO... 하는 식으로 잘 읽으면 된다. 총 3분의 시간을 주는 것 같은데, 시간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없었다. 발음은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정말 정직한 발음으로 시험을 보는 사람도 있었고, 외국인처럼 발음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후자였는데, 송신은 100점이 나왔다. 송신에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숫자이다. 우나 원, 쏙시 씩스... 이런 숫자는 사실 들어본 적도 없었다. 실제 현업에 이런 숫자가 쓰이는지도 잘 모르겠고... 타워 교신 때에도 123.5는 ONE TWO THREE DECIMAL FIVE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여튼 숫자는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다. 실기 시험 당시 예문에는 두 글자만이 숫자였다. 알고 가기는 하되, 너무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실제 시험 시간은 다 해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대기하는 시간이 90%이상은 되는데, 송신 시험의 경우 실기 시험 접수 순서에 따라 시험을 보는 것 같았다. 가능하면 빨리 응시를 하는 것이 시간 절약에 조금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두 번째로 접수를 했던지라 두 번째로 실기를 봤고, 시험장에서 퇴실한 것은 10시 25분인가 그랬다. 어차피 봐야 하는 시험이라면 빨리 접수해서 빨리 보고 빨리 나오자는 것이 내 생각인데, 내 생각과 아주 잘 맞는 시험인 것 같다.

 

여튼.. 그렇게 항공무선통신사 취득 성공. 의미는 없지만......

 

 

Posted by Ny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