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5. 11. 22. 21:06

* 이 글은 작성자 본인이 2013년 교육실습 이후 제출한 학교 과제물입니다.

 

* 신원 공개 등을 피하고자 일부 내용은 가렸습니다.

 

* 이 글은 작성자가 교육 실습생으로서 느낀바를 적은 글입니다. 따라서, 학교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피상적인 부분만을 보고 느낀 점이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불쾌하게 느끼실 수 있는 부분도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20151122 - 기존 블로그에서 옮김  

 

교육 실습을 나가기 전, 나보다 교생 실습을 먼저 한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교생 실습을 다녀오면 내가 교직을 정말 할 것인지 아닌지 80% 정도는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임용 시험을 볼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이미 교사가 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가 솔깃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20134, OOOO 공업 고등학교에서의 교육 실습. 그 뒤에 남은 것은 교사가 되지 않겠다는 조금 더 확고한 결심이다. 주변 대다수의 교육 실습생들은 교사가 되겠다는 결심이 더욱 확고하게 섰다고 하지만, 나는 그게 아니었다. 4월의 교육 실습은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교직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되돌릴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다.

 

교육 실습 생활은 즐거웠다. 공업 고등학교와 학생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없애버린 계기가 되었고, 사람들을 대하는 대인 관계 스킬을 연습해 보기에도 좋은 기회였다. 내가 전공과목의 내용을 생각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학생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것에도 자질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재미있는 수업을 이끌어나갈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학생들과 면담을 하고 그 뒤의 모습을 보면서는 학생들이 무엇인가 영감을 받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 나가려 노력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꼈고,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는 작은 것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교육 실습 2주차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교사가 되면 꽤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교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과 학교 시스템에 실망한 부분이 있고, 스스로가 너무나도 부족한 인간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교육 시스템과 학교 시스템에 실망한 부분. 전기공학을 전공한 내가 받게 되는 교원 자격증의 표시과목은 전기/전자/통신이다. 전공자가 보면 세 개의 분야가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묻겠지만, 이 각각은 엄연히 다른 전공이다. 물론 그 뿌리까지 들어가게 되면 바탕과 근원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다루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 가장 쉬운 예로, 전기와 전자. 본디 전자 공학은 전기 공학의 한 범주에 속한다. 둘을 나누어 생각하자면, 전기 공학은 전력의 발전/송전/배전 및 변전을 다루는, 즉 전기를 에너지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학문이고 전자 공학은 전기를 이용한 데이터의 처리 및 통신을 다루는 학문이다. 따라서 실제 전기 공학도와 전자 공학도가 배우는 내용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업 고등학교에서는 전기/전자/통신을 하나로 뭉뚱그려서 가르친다. 전기를 전공한 선생님이 전자회로를 가르치고, 통신을 전공한 사람이 전기회로를 가르치는 일이 생긴다. 고등학교에서 심화 전공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데 무슨 상관이 있는가 물어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은 공업 고등학교 교재를 먼저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현행 공업 고등학교 교재들은 대학 학부에서 배우는 교재의 아주 일부를 발췌하여 묶어놓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공학의 특성 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학생들의 이해 수준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학부생 수준의 내용을 교과서에 적어놓았으니 학생들이 이해를 할리 만무하다.

 

전자 회로발진 회로단원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실제 수업 지도안을 짜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 중의 하나가 대체 교재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야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회로의 작동 원리에 대한 개념은 단 몇 줄로 설명해놓고, 나머지는 수식으로 대체해놓은 교재. 학생들은 그 수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회로 해석을 위해서는 미분방정식과 같은, 학부 2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수학의 개념이 필요한데 공고 학생들은 물론 일반 인문계 학생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이러한 교재를 충분히 연구하고 내용을 재구성하여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해당 과목을 주 전공으로 삼아 공부한 선생님이 필요하다. 그런데 단지 그 학문의 근원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학과 통폐합을 내세워 전기/전자/통신으로 뭉뚱그려 놓으면 교재 연구가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지겠으며, 학생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학습 내용이 전파될 것인지 의문이다.

 

다음으로 공무원 조직에 대한 회의. 이 점은 의무 경찰로 복무를 하면서 경찰 조직에 대해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교육 실습을 하면서 정말 크게 느낀 점이기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조직이 죽어있는 분위기. 노력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그저 현재에 안주하고 주저 앉아있는 느낌. 그러한 느낌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교육 실습을 한 학교가 사립학교인 만큼 그런 모습이 조금 더 심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무엇인가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강했다.

 

정식 교원은 모두 평균 연령이 높다. 젊은 교사들은 모두 기간제 교사이다. 젊은 기간제 교사들은 일이 쌓이고 쌓여 이리 저리 바쁘고, 정식 교원들은 수업 외에는 움직이는 일이 없다. 수업 교재연구는 크게 할 내용이 없다. 전공 기초 과목만을 담당하고 있으니 내용이 변하는 것이 없다. 회로 이론, 전자기학. 교재의 내용은 이미 100, 200년 전에 수립된 과학 이론들에 대한 설명이고 학생들의 수준이 높지 않으므로 수식에 대한 설명은 많이 하지 않는다. 할 수가 없다.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므로.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같은 과목은 기간제 교사가 담당한다. 80년 대 이후에 보편화된 기술이고, 본인들이 한참 공부하던 때에는 없던 과목이므로 새로 건드리기에는 힘들다. 그러니 젊은 기간제 교사들이 이론과 실습수업을 전부다 진행해야 한다.

 

담임도 젋은 기간제 교사들의 몫이다. 솔직히 말해 아이들 관리하기 너무 힘들다. 고등학생들이라 머리가 조금 컸다고 대들고 까분다, 젊은 선생님들에게는 맞먹으려는 경우도 있다.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은 진로 지도에 취업 관련 지도도 해줘야 하고,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은 성적표와 입시 요강을 일일이 확인하며 상담해줘야 한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강 감이 오시는지. 기간제 교사 vs. 정규 교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들을 다루는 노하우가 있고, 그만큼 현장에서의 경력과 해당 분야에서 학위가 있으신 분들이 왜 노력을 하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더구나 다른 분야도 아닌 공학을 하시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 습득에 소홀하고, 본인이 현업에 있던 시절 혹은 학업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만을 놓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근무태만으로까지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학 기술은 날이 갈수록 변화하고 발전한다. 특히나 전기전자 분야와 컴퓨터 분야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비록 고등학생들에게는 기초만을 가르친다고 해도,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하며 관심을 보여야 하는 것이 올바른 모습이 아닌가 싶다. 연세가 많으니 그 정도는 이해해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할 지도 모르겠다. 군대 말년 병장도 아니고 짬 높으니 놀아도 된다? 요즘은 군대도 그렇지 않다. 병장도 최소한 자기 할 일은 해야 욕먹지 않고, 후임 눈치 보지 않는 시대다. 한 달 교육실습을 하면서도 여기에 있으면 내가 발전하기는커녕 퇴보하지 않으면 다행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그 분위기는 어떠했을 것인지 충분히 짐작하실 것이라고 본다.

 

다음은 나 스스로에 대해 부족하다고 느끼고 실망한 부분. 교육 실습 2주차까지는 참 자신감이 넘쳤다. 학생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서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자신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모습을 보며 학생들에게 참으로 고마웠다. 나를 그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근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주차가 되면서 학생들의 고민을 하나하나 듣고 공감해주고, 필요하면 해결 방법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 대단히 피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1명의 학생들 중 29명을 면담하다보니 정말 다양한 고민 사항들이 나왔고, 그에 대해 생각하고 공감하면서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정말 큰 피로를 느꼈다. 감정 소모가 굉장히 컸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교육실습 3주차 중반이 되어, 학생들과 조금 거리를 유지하려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던 모습에서, 면담 시간에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는 식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피하려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자괴감이 정말 많이 들었다. 혹시 고아원이나 노인 요양원에 봉사활동을 가보신 적이 있으신지. 처음에 봉사활동을 가면 어린 아이들이나 노인 분들이나 봉사자들을 굉장히 차갑게 대한다.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곳에 있는 직원들이나 경력이 오래된 봉사자들에게 물어보면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라고 한다. 기껏 마음을 열었던 봉사자들이 그 다음부터는 찾아오지 않기에, 지금 오는 봉사자들도 똑같이 떠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열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란다. 이 이야기가 뇌리에 스쳤다. 관심을 유지 못할 것이었으면 아예 시작조차 안하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학생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충고라고 한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들이 전부 나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내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고 지금까지도 가슴 한편에 미안한 감정이 남아 있다.

 

교사가 된다면, 내가 가르칠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까. 분명 내 기대에 어긋나거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일 아이들이 있을 텐데 그 아이들을 계속 이끌어갈 수 있을까. 그동안 내가 사람들을 대해왔던 모습에 비추어 봤을 때, 지금까지 해왔듯이 내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친구들에게는 관심을 철회해버릴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욕하고 벌하는 것보다 잔인하고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교사로서의 자질이 없지 않을까 계속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전공에 대한 경험이 너무나도 없다는 것. 내 담당 선생님께서는 전자 공학을 전공하여 현업에서 20년 가까이 근무를 하신 분이다.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많은 실무적인 경험을 갖고 계신 분이고, 그만큼 학생들에게 실용적이고 바로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을 수업 시간마다 알려주셨다. 심지어 나조차 전혀 모르고 있던 내용을 수업 참관을 하며 배운 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그럴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다른 과목이라면 이 문제가 큰 지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학은 그렇지 않다. 교과서의 내용과 실무는 그 괴리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단순한 회로 해석 하나만 해도 Ideal Practical 에는 분명히 차이점이 존재하고, 그 둘의 차이를 극복하고 회로를 설계하거나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론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실무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도 있어야 한다. 나는 두 번째 필요조건이 부족하다. 단지 교재의 내용만을 재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전달하게 된다면, 학생들은 그 내용을 실습 시간에 활용할 수가 없다. 실습 시간에 학생들이 제작하는 회로나 작품들에 대한 유익한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는 내가 실무 경험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리라고 느꼈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아직 교사가 되기에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느낀 것이다.

 

글을 쓰고 나니 너무 어수선하고 부정적으로만 쓴 것 같아 머쓱하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한 달간 교육 실습을 나가서 느낀 사실 그대로이고, 실습이 끝난 뒤에도 상담을 받으면서나 혼자 생각을 해보면서 내린 결론이자 이유이다. 교육 실습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지만, 아직도 나 자신이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라는 점, 내가 교사가 되려면 다른 것보다도 나 자신이 조금 더 성숙해야 되겠다는 것을 느낀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특히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대한 부분. 상담을 받으며,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나아지겠지만 누군가에게서 기대한 모습이 나오지 않으면 쉽게 실망하고 관심을 철회해 버리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아직 교사가 되기에는 덜 성숙하였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하게 남는다.

 

얼마 전 작성한 자기소개서에는 이러한 항목이 있었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10년 뒤 무엇이 되어 있을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최소한 교사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끌어가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인간임을 알았으니 말이다. 이러한 나를 믿고 지난 4월 한 달간, 누구보다 나를 잘 따라주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함께 울고 웃었던 우리 반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줄일까 한다.

 

Posted by Ny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