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5. 12. 31. 23:58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있겠냐만, 2015년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해 중 하나였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다. 물론 아직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글로 적어놓으니 '겨우 두 개' 라는 생각이 들지만, '결혼'과 '아이'라는 두 개의 단어는 각자 갖는 무게감이 대단히 크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 전까지 연애라는 것을 해볼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지 않았을 뿐더러, 여자라는 존재와는 대화조차 쉽지 않은게 사실이었고, 주변에 여자가 많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성격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연애라는 것을 할 일이 없었다. 막연히, '연애라는걸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게 그렇게 절박하지도 않았고 꼭 해야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소위 말하는 밀땅이라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학교에서 전공 공부하고 프로젝트 하기에도 바쁜 시간이었다.(그게 얼마나 머리에 남아있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됐지만..) 어린 시절과 달리 집안 사정도 아주 여유가 넘치는 편은 아니었고, 내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훨씬 많은 시기였다. 그런 마당에 여자와 감정으로 밀고 당기기를 해야한다는 것이 참 사치스러워 보였고, 뭐하러 굳이 어려운 길을 그렇게 가야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마음이 바뀐 것은 한참 취업을 준비하던 때다. 인생에 가장 바쁜 시기라면 바쁜 시기인 취업 준비 시기에, 오히려 연애,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내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지금와서 되돌아보면, 바쁘고 힘든 것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는 것으 조금 더 맞는 것 같다. 그 전에도 누군가를 좋아했을 것이고, 나를 좋아하는 것을 눈치 정도는 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뒤에 벌어질 일이 뭔지 모르니 그것에 대한 두려움에 그 감정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지금의 아내와도 조금은 늦게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것이지만. 여튼, 취업을 준비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내 자신의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졌던 것 같다. 그만큼 조금 더 성숙했다고 하는게 맞으려나.

아이도 생겼다. 아빠가 됐다. (세상에 태어나야지만 아빠라고 하고, 일반적으로는 예비 아빠라고들 많이 하는데, 나는 그 개념이 조금 어색하다. 세상에 태어났거나 말거나 새 생명이 잉태되어 잘 자라고 있으면 그게 아이니까. 태아를 언제부터 사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인것 같지만, 어쨌건 나에게는 태어난 아이나 다름이 없다. 그만큼 중요한 아이니까.) 아이가 생겼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걱정도 생겼다. 과연 지금 상황에 아이를 낳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세상은 어릴 적보다 더 가혹해졌다. 경제 상황은 좋지 않고, 사람들은 여유가 없어졌다. 사람들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세상살기 흉흉하다라는 말이 나온다. 공부를 못하면, 돈이 없으면, 예쁘지 못하면, 잘 생기지 못하면,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직장에 다니지 못하면 괄시받고 무시 당하는 세상이 되었다. 좋지 못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거나 감싸안지는 못하고 비난하고 힐난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만큼 사람들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다. 이런 곳에서 아이를 키워도 괜찮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래저래 만감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생각하던 것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가졌다. 원하던 대로 가정을 잘 꾸리기는 했는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학생 시절과는 다르다. 학생 시절에는 어떤 기준을 두고, 선생님이나 부모님 또는 친구들이 '잘 하고 있다' 혹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라는 조언과 지침을 줬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롯이 내 결정이고 그 결과와 책임은 나에게 돌아온다. 걱정이고, 두렵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하던대로만 하면 그래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은 하지만, 과연 그렇게 쉽게 해결이 될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운이 잘 따라주었다. 아마 먼저 걱정하고 생각하다보니 해결 방안이 나온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정말 말 그대로 운이 좋아서 좋게 해결이 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많은 것을 바라면 욕심이 많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운이 따라줘서 잘 풀렸으면 좋겠다. 가족, 경제, 모두 말이다.

 

 

 

 

 

Posted by Ny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