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6. 5. 8. 22:43

RECORD

1. 산모 상태

허리 통증, 꼬리뼈 통증, 복부 통증 - 여러모로 힘들어하고 있음

시간을 가리지 않고 큰 태동이 오는 중 - 새벽에도 잠을 깊게 못자는 관계로 낮잠이 늘었고, 피곤해보임

다리가 붓고, 다리 근육이 딱딱하게 굳기도 함

 

2. 아기 상태

병원 내원을 아직 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상태는 모르나,

태동이 매우 크고 잦은 것으로 보아 건강히 크고 있는 것으로 판단

 


 

COMMENT

 

32주가 지나고, 33주차로 접어들었다. 아내가 매우 힘들어하고 있는 시기인데, 아이 태동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워낙 크게 오다보니, 잠을 깊게 잘 수가 없는 모양이다. 태동이 커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경우에 따라서는 태동으로 인해 아프기도 하단다. 밤에 잠을 설치니 낮잠이 늘어났고, 낮잠 때문에 다시 밤에 잠을 못자는 그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아내 본인의 체중도 좀 많이 늘어난 것 같고, 아이도 점점 커지다보니 몸에 걸리는 하중 부담이 굉장히 큰 모양이다. 아내로서는 이래저래 진퇴양난인 상황인데, 앉으면 꼬리뼈가 아프고, 누우면 허리가 아프고, 서 있자니 다리와 발이 아픈(...) 참으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엄마되는게 보통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게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내가 아프지는 않은데, 보기에도 여러모로 안쓰럽고 해줄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마사지나 해주는 것이 전부이니 말이다.

 

한 여자가 아기를 갖고, 엄마가 된다는게 참 보통 일이 아니다. 솔직히, 결혼하기 전에는 임신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라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임신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는거 아닌가(...) 라는, 어찌 보면 참 뭔가 철없어 보이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었는데,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보니 대수가 맞다. 임신 초기부터, 막달에 접어드는 지금까지 아내가 짊어져야 하는 고생이 이래저래 크다. 입덧에, 각종 통증은 물론이거니와 좋아하는 것을 먹지 못하는 고통에, 본인의 실수 한 번에 아이가 잘못되는건 아닌가 하는 각종 심적 고통 등등...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오늘 아내의 모습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커피를 피하는 모습(...) 이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던 아내인데, 임신을 한 뒤로는 커피를 정말 칼같이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커피를 굉장히 마시고 싶은데, 아기 때문에 참는다라고 웃으며 말하지만 그게 보통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오늘 산책을 나갔다가, 카페를 들어갔다. 카페에서 파는 각종 굿즈 중에 아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던 모양인데, 이게 하필 카페라떼를 사야 획득할 수 있는 물건이란다. 내용물은 내가 마시기로 하고 물건을 샀는데, 정말 한 입만 먹을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아내를 봤다. 너무 마시고 싶으면 조금 마셔도 되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아기한테 안 좋다고 칼같이 또 안 마시더라. 별 내색은 안했지만 참 대단하다 느꼈는데,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은 사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 또한 잘 알기 때문이다.

 

참 별게 아닌 것 같은 것부터, 엄마들이 짊어지는 부담이 굉장히 크다. 옆에서 보면 안쓰러울 정도로. 이래저래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내가 나눠서 질 수 있는 짐이 있고, 오롯이 엄마 몫으로 남는 것들이 있다. 근데 그 엄마 몫으로 남는 것들이 상당히 크다라는 것이 안타깝고 미안한 점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아내에게서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30년 전 우리 엄마는 또 어떤 고생을 했을까. 아내가 고생한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더 크게 고생을 하셨을거고. 그 때문에 지금까지 고생하시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자식으로서 마음이 아픈 부분이다.

 

아이가 생기고, 이제 32주를 지났다. 아이가 앞으로 살게 될 일생을 따지면 정말 짧은 시간을 달려왔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통해 나를 돌아보면서, 내 부모를 돌아보면서 어떤 생각을 앞으로 하게 될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생각을 두서없이나마 정리를 계속 해봐야겠다.

 

P.S. 아이는 올해 태어날 것이고, 수명을 80년으로 잡는다면 우리 아이는 2096년까지 살 것이다. 아이가 20살이 되는 시점은 2035년. 생각해보면 그리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뭔가 굉장히 먼 미래일 것 같다. 2040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뭐 근데.. 우리 부모세대와 달리 우리는 같은 세기를 살게 된다. 20세기 - 21세기의 변혁이었던 우리 부모세대-우리 세대와는 달리 같은 21세기를 살게 될 테니깐. 큰 변화는 아마 없을지도 모르겠다. 화성에 테라포밍 같은게 성공할지도 모르려나.

 

 

Posted by Ny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