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6. 5. 19. 23:30

최근 약 한 달간을 속썩이던 일이 오늘 마무리되었다. 그 마무리가 그닥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느낀 바가 있어 몇 글자 적어보려 한다. 


취업을 준비하고,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회사 임원들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나도 저분들을 본받겠다 라는 마음가짐이 있었지만,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더라. 경우에 따라서는 이래저래 꽉 막힌 양반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자와, 이를 관리하는 관리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실무자는 어떤 사항에 대해서, 내가 수행하는 범위만큼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특히, 나처럼 경력이 짧은 경우에는 타 분야의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어떤 업무를 보는 시야가 굉장히 좁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이러한 점 때문에 기업에서 신규 채용하면서 경력직이나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에 반해, 관리자는 실무자에 비해 경력이 오래된 것이 일반적이고, 우리 회사의 경우 다양한 업무 분야를 모두 경험해보게 하는 만큼, 본인이 소속된 부서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실무자가 보고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부서에서 수행하는 업무와 관련된 사안을 발표하였는데, 이에 대한 각 부서 임원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사실,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각종 질문을 예상했고, 이에 대한 자료도 모두 준비하였기에 질문에 대응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가장 놀랐던 것은 임원들이 내놓는 각종 아이디어들이었다. 임원들이 내놓는 아이디어들의 본질은 결국 투자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이득을 낼 수 있는 방법들이었는데, 이 방법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안들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차이는 임원들과 나의 근속 년수는 물론 근무 경력 차이에 따른 것일 것이다. 엔지니어 업무만 하고 있는 직원과, 다양한 업무 경력과 경험을 가진 관리직 임원들이 내놓는 생각의 차이는 당연히 나는 것이지만, 그러한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그럴만도 한 것이,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시간과 예산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만, 관리직 입장에서는 그게 아닐 것이다. 임원들이 보기에는 엔지니어의 요구가 무리이거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만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많은 의견을 반려하거나 재검토 지시를 내릴 것이다. 이러한 사항을 옆에서만 보고 있다보니, 임원들이 과연 업무를 도와주는 사람인지 방해하는 사람인지 혼란스러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의 경험을 통해 확실히 경력과 짬(?)은 어디서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 누가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확실히 대대장 자리라는게 고스톱으로 딴건 아니더라' 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는데, 이 말이 회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됨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내가 너무 건방진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임원들이 실무는 제대로 모르고 만날 반대만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 하기사, 입사하는 대졸 공채 직원 중 임원이 되는 직원의 비율로 따지자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확실히 경험과 경력은 중요하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한 분야에서 많은 일을 겪어보게 되면 무엇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 어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크게 와 닿지 않았는데, 요즘들어 피부로 많이 와 닿는 것 같다. 



Posted by Ny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