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6. 7. 9. 09:17

딸 아이가 세상에 나온게 벌써 1주일이 지났다. 산후조리원에 아내와 함께 있으면서 느낀 사항이 몇 가지 있어 짧게나마 적는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는 것만 보고 산모와 잠깐 시간을 가진 뒤 바로 다시 회사로 복귀해야 했다. 원래 계획은 아이가 나온 뒤, 아내 입원 간호까지 다 하고 회사에 가려고 했고, 그렇게 해야 했으나... 회사에 급한 일이 터지는 바람에 딸 아이가 세상에 나온지 여섯 시간만에 회사의 전화를 받고 회사로 복귀해야 했다.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으로 3일, 무급으로 2일 사용할 수 있으며, 휴가 청원 사유 발생으로부터 30일 이내에 사용할 수 있단다. 예전에는 사유 발생일 기준으로 무조건 3~5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주말이 겹치거나 그런 경우가 많이 발생하자 기준을 살짝 완화한 듯 하다. (금요일에 아이가 태어나면 금-토-일로 유급 출산 휴가를 써야하는데... 참 답답하지 이렇게 되면...)

 

세상에 나온지 여섯 시간 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두고, 그 고생을 한 아내를 두고 근무지로 복귀하려니 이래저래 마음이 착잡하고 답답하더라. 순간적으로나마 정말 진지하게 회사를 때려쳐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으니. 물론 냉정을 되찾고 나서는 이런 생각이 확 사라졌지만... 주말 부부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실제로 체감까지 하고 있었지만 이 날은 주말 부부가 힘들다 못해 비참한 기분까지 들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 날이었다.

 

누구는 아이 태어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좋게 좋게 생각하라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저 '좋게 좋게'라는 말을 대단히 싫어한다. 우리 나라에 상존하고 있는 각종 사회 문제들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라서. 좋게 좋게 넘어간다고 하는 것은, 결국 문제의 해결은 물론이고 원인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그럴 의지조차 없다는 이야기이고.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저건 그냥 합리화에 찌들은 사고 방식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따로 자세히 적지는 않겠다.

 

 

 

어찌어찌 일을 마치고, 배우자 출산 휴가와 연차를 내고 아내와 함께 조리원에 있다. 산후조리원, 이거 꼭 필요한 곳이다. 비용이 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잘 생각해보면 비용이 그닥 비싸지도 않은 것 같다. 합리화 해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보면 또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이래저래 겪어보니 아내나 나를 위해서 산후 조리원을 선택한 것이 잘 한 결정인 것 같다.

 

아내 진통 막판부터 같이 있으면서 드는 생각은, 둘째는 낳지 말자 라는 생각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면 매우 고통스럽다. 영화에 나오는 그런 장면들 있지 않나. 주인공에게서 어떤 정보를 캐야 한다던가, 무엇인가를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정보를 캐야할 대상은 가만히 두고, 그 사람이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을 고문하거나 총을 겨눈다던가 하면, 결국 그 주인공은 무너져 내린다. 소중한 사람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기 힘든 것이겠지. 이런 장면을 볼 때, 예전에는 머리로만 이해를 했다. '상황이 저 모양이니 그럴 수 밖에 없지' 라는 식으로. 근데 이게 마음으로 정말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거다. 아내가 진통을 하는데, 정말 힘들고 아파서 사람 눈이 뒤집어지는게 보이는데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이게 참 힘들다. 그래서 둘째는 무조건 못 낳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

 

여튼,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아이가 태어났다. 30시간 가까이 진통을 했으니 아내 몸은 만신창이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회음부를 절개하고 다시 봉합해 놓았으니 여전히 고통스럽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거, 마취없이 그냥 생살을 절개해버리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생살을 절개하는거다. 상상도 안 간다.) 진통 30시간 동안 갖은 진땀을 흘렸으니 찝찝하다. 그런데 세균 감염 우려 때문에 샤워도 못한다. 아기가 나와야 하니 관절은 죄다 벌어져 있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으니 근육은 굳어 있고... 아기 낳는게 목숨 걸 정도의 일이라는게 정말 실감이 나는거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쳤으니, 몸을 회복시켜 주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충분히 쉬어야 하고, 마사지와 찜질 같은 것을 받으면서 부종도 가라앉혀야 하고, 영양 관리에도 신경 써야하고... 이런 것들을 산후 조리원에서 도와준다. 산후 조리원에서 도움을 받으면 회복 속도가 좀 올라간다고 봐야하려나.

 

그리고, 아이를 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경험 많은 분들에게 배울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아기 보는거 뭐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밤에 좀 깨고 하면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좀 안아주면 아기가 뭐 얼마나 울겠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근데 막상 갓난 아기를 눈 앞에 보니 그게 아니다. 뭐든지 조심스럽다. 잘못 만지면 부서질 것 같아서. 최대한 조심해서 아기를 안으려고 하다보면, 자세가 불편하다. 내 자세가 불편하니 아이도 뭔가 불편하게 느낀다. 아이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니 나는 당황하게 되고, 아이를 안는 자세는 더 이상해진다. 이게 무한 반복되면 결국 아이는 울어댄다. 이런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유축해 둔 모유 먹이는거, 기저귀 가는거, 싸개 싸는 거... 처음이니 잘 모르고, 잘 모르니 열심히는 하는데 잘 하지는 못한다. 결국 어디선가 배워야 하는데, 주변에 이런 걸 물어볼 사람이 없다. 오래 전 대가족이던 시대에는 어쨌는지 모르지만, 핵가족 시대인데다가 친척들 얼굴도 명절에나 한 두번 볼까말까 한 마당에 이런걸 어디다가 물어보나. 인터넷? 인터넷에는 어중이 떠중이가 80%다. 각종 육아 카페가 차고 넘치지만, 여기에 있는 방법이 내 아이한테 100% 맞다는 보장도 없고(물론 정말 일반적인 것들이야 상관 없겠지만), 누가 책임을 질건지. 결국 산후 조리원에 계신 선생님들께 물어보는 방법이 가장 좋더라. 많은 아이들을 핸들링 해 보았고, 내 아이도 보살펴 주고 계신다. 아이 특성을 금방 파악해서 알려주시고, 잘못된 방법은 바로 잡아주시니 많은 도움이 되더라.

 

여튼, 산후조리에 대해서 '그게 뭐 꼭 필요한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오히려, 조금 더 좋은 곳에서 산후 조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이 더 있는데, 다음에 조금 더 적어보도록 하겠다. 아이가 잘 자더니 뭔가 칭얼거릴 듯한 기미가 보인다.

 

 

 

Posted by Nyari